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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힐’ 한수연 “사이코패스 사모? 뿌듯한 별명이죠”


데뷔 17년 차 배우 한수연(39)이 또 한 번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야망에 찬 중전에 이어 ‘사이코패스 사모’ ‘미친 사모’라는 별명을 만들어냈다.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킬힐’은 홈쇼핑 회사를 배경으로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렸다. 성공과 질투에 눈멀어 무기 하나 없이 전쟁을 치른다. 한수연이 연기한 ‘함신애’는 재벌가 막내딸로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고 갑질이 일상이다. 극 초반은 분노조절장애와 애정 결핍이 있는 정도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과거 악행이 밝혀졌고, 끝내 폭주했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물론, 촬영이 끝나고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센 인물인 줄 몰랐어요. 갑질하고 재수 없는 캐릭터, 사고 치면 집안에서 잘 수습해 주니 마음대로 사는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광기가 나오고 사람을 죽인 사연까지 나오니 힘들더라고요. 촬영하면서 42㎏, 43㎏까지 빠졌어요. 식욕도 줄어들고 신경질이 늘고 자꾸 예민해졌어요. 자꾸 눈에도 힘이 들어가고 말투도 까칠하게 나오더라고요. 아직도 완전히 신애에게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함신애는 남편 ‘현욱’(김재철)에 대한 엄청난 집착을 보여줬다. 현욱을 가지기 위해 그의 연인을 죽였고, 함신애의 부모는 그의 살인을 덮었다. 좀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는 현욱과 결혼생활은 행복하고 또 괴로웠다. 영상 속 고양이만큼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아내로 살아야 했지만 그는 현욱을 사랑했다. 한수연의 말을 빌리면 정말 ‘지독하게’ 사랑했다.

“신애 눈에는 현욱이 너무 멋있고 좋은데 원하는 만큼 사랑을 안 주니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마음이 병든 불쌍한 아이였어요. 정말 소시오패스고 감정이 없었다면 남편의 전 연인을 죽인 사실이 발각됐을 때 ‘아 들켰네’ 이 정도 반응 아닐까요. 그렇지만 신애는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 순간 비명을 지르고 괴로워했어요. 현욱이 자수를 권할 때도 신애는 ‘그럼 당신 나랑 살 거야?’라고 물어요. 다 필요 없고 현욱만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늘 곁에 있어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편이라 그런 신애의 마음에 어느 정도 공감했어요.”

‘킬힐’은 한수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주연 못지않게 큰 관심을 받았다. 늘어난 언급량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새 사이코패스 사모, 소시오패스 사모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런 수식어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원동력이었다. 분량이 적을 때도 있는데 신애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연기 살살해 달라, 찢었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기적으로 인정해주신 거라 생각한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런 말 한마디에 자신감이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배 배우들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장면은 힘들었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 ‘우현’을 연기한 김하늘과는 뺨을 한 대씩 맞고 때렸다. ‘기모란’으로 분한 이혜영의 머리채도 잡아야 했다. 그는 “이혜영 선배의 뒷머리를 잡고 ‘너 노망났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너무 세고 강렬한 장면이라 걱정됐고, 또 죄송했다. 조심스러웠는데 선배가 먼저 연기 합 좋다고 안심시켜 주셔서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김하늘 선배와는 밝은 분위기에서 대치 장면을 찍었다. 이거 잘 찍어서 시청률 높이자고 했다. 모니터할 때 귀엽다고, 잘한다고 해주셔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극 중 함신애는 인간 에르메스라고 불릴 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은 캐릭터다. 매회 화려한 의상,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그런 상류층 스타일링에는 한수연의 의견도 반영됐다. “신애가 현욱을 가장 많이 마주하는 곳이 집이다. 그래서 남들은 편하게 있는 집에서도 높은 굽 신발을 신고, 풀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며 “우현에게 복수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느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애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첫 등장 신 의상은 다른 때보다 더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한수연은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2008) ‘체포왕’(2011) ‘런닝맨’(2013) ‘밀정’(2016) ‘더 킹’(2017) 드라마 ‘일말의 순정’(2013) ‘일리있는 사랑’(2014~2015) ‘구르미 그린 달빛’(2016)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바람피면 죽는다’(2020)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매년 한 작품 이상 꼭 참여하는 다작 배우다. tvN ‘악의 꽃’에서는 특별 출연으로 잠깐 등장했지만 겁먹은 범죄 피해자 역할을 실감 나게 소화했다.

16년 동안 연기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큼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는 못했다. ‘킬힐’ 제작발표회를 집에서 지켜보며 인지도를 높여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때로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연기 대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릴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한수연을 번번이 붙잡은 건 연기 그 자체였다. 연기가 좋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재밌고, 몸을 쓰는 게 좋았다. 힘들어도 천직이 있다면 그건 배우였다.

“100억이 생겨도 이 일을 계속할 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해요. 연기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대본을 받고 재밌으면 다음 날 연기하는 게 기다려지고 설레요. 가끔 의욕을 잃기도 하지만 모든 걸 극복할 만큼 이 일을 좋아해요.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요. 엄마든 매니저든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해요. 아직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굴욕스럽거나 슬프지는 않아요. 간혹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있고, 작품을 거듭하면서 연기력도 점점 성장한다고 느껴요.”

한수연은 어린 시절 헝가리 거주 경험을 살려 2014년 EBS TV ‘세계테마기행’ 헝가리 편에 출연했다. 코로나 여파로 잠시 중단된 방송이 2년 만에 재개된다. 한수연이 첫 주자로 사이판, 괌을 여행한다. “‘킬힐’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곧 출국한다.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동행 없이 떠난다. PD님도 두 분만 가시고 함께 이동하는 현지 스태프 같은 느낌이다. 환경이 엄청 좋지는 않지만 자연을 느끼면서 편안하게 풀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한수연은 “신애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욕만 먹거나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영광이다. 마지막까지 열광해주셔서 기뻤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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